[012] 2011년 8월 22일 [엄마의 발은 더럽습니다]

Day 1,370, 04:30 Published in South Korea South Korea by ourpeace


[사진 : 진이아빠가 진이부재를 틈타 조립한 레고]



진이 엄마가 진이와 함께 부산 처가댁에 내려간지 이제 3주가 된다
진이 보고싶은 것도 보고싶은 거지만, 진이 엄마가 너무나 보고싶다
... 딱히, 진이 아빠가 스스로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설겆이하고 분리수거 하는 것이 귀찮고 어려워서인 건 아니다. 하... 하...

진이 엄마와 깔깔 대던 추억 하나 끄집어 내 본다

진이가 여덟시 쯤에 잠들고 나면, 진이 아빠와 진이 엄마는 하루에 두세시간 정도 주어지는 둘만의 시간이 생긴다. 아침엔 진이가 아빠를 깨우고 주말 낮엔 하루 종일 진이와 놀아줘야 하니 일주일 내내 이 두세시간만이 부부만의 시간이다
이 시간에는 그날 그날 상태에 따라서 밖에 있었던 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혹은 각자 스마트폰으로 웃긴 것 찾아서 보여주기도 한다.

하루는 진이를 재우고 나서 침대에 누워 있으려니 진이 엄마가 침대에 걸터앉으며 이야기한다

"내일은 새벽부터 비올라나보네. 작이, 창문 다 잠갔지요?"
"웅, 케이웨더 앱 보니까 비온다카더라구요. 그래서 다 잠갔지~ ㅋㅋ... 어? 캭캭캭캭!!!"

진이 아빠가 갑자기 깔깔 대고 웃는다
진이 엄마는 눈이 똥그래져 아빠를 본다

"왜요? 왜웃어요? 같이 웃어욧!"
"작이 발 봐요! 캭캭캭"

침대에 걸터앉아 발목을 주무르고 있던 진이 엄마는 자기 발바닥을 내려다본다

- 까맣다

발샴푸를 몇주 써서 좀 덜해지긴 했지만, 각질때문에 갈라진 발바닥에 까만 먼지가 묻어서 마치...
탁본한 것 같다
쐐기문자가 나열된 수메르 토판처럼도 보인다

"우앙... 작이 고고학 좋아하더니, 발바닥에 쐐기문자 새긴거예요? 아하하하하, 언넝 씻고 오세요~ 아하하하"

진이 엄마는 얼굴이 빨개져서 아빠의 발바닥을 본다
진이 아빠의 발바닥은 깨끗하다
둘다 저녁먹고 바로 씻었는데, 진이 엄마만 발바닥이 까맣다
엄마는 후다닥 화장실에 들어가 씻고 나온다

그러고보면, 그 이후에도... 진이 엄마의 발은 늘 까맸다. 그리고, 아빠는 까만 진이 엄마의 발을 엄마 놀리는 소재로 쓰곤 했다

...

오늘, 저녁을 먹고 나서 설겆이하고 빨래 널고 청소하고 소파에 털썩 앉아 TV를 보았다
나가수가 어느새 끝나간다
시선이 TV에서 아빠의 앞에 놓인 테이블로 다가온다
테이블 위에는 진이 없는 기회를 틈타 열심히 만든 레고가 놓여져 있다
시선은 더 다가와, 아빠의 발에 머문다

- 까맣다

진이 엄마가 있었을 때, 아빠의 발은 이렇게 까맸던 적이 없다
까만 발은, 엄마가 집을 열심히 관리해주고 있다는 증거인거다
진이 엄마의 발이 까만 덕에, 아빠와 진이의 발은 늘 깨끗할 수 있었다

진이 엄마가 돌아오려면 아직 한주가 더 남았다

... 진이 엄마가 보고싶다


PS : 요즘 이리퍼 뉴스가 시끌벅적하네요. 여러분, 즐기며 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