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왕] 어느 봄 날

Day 3,943, 20:36 Published in South Korea Ukraine by Ajax Ja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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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이 다가온다. 그 날이 일어난 지 너무나도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사람들의 곡소리는 끊어지지 않았다. 이 부족한 필력으로 담아내기에는 너무나도 민감한 일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이 희생된 이 사건은 잊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마치 연 소왕이 곽외를 극진히 대하여 수많은 인재가 찾아온 것처럼 기억 속에 사라지고 있는 이 사건을 다시 일깨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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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섬은 내륙에서 일어난 흥망성쇠의 풍파를 맞아가면서도 섬 사람들의 터전이었다. 이후 내륙이 어둠에 드리우고 다시 밝아올 때, 같은 국가로 연결된 이 섬에도 어둠이 걷힐 것으로 생각했다. 사실 내륙도 겨우 새벽닭이 울었을 뿐이었다. 내륙은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논쟁과 폭행, 심지어 살인도 일어나고 있었고 지도자들은 합의를 포기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섬사람들은 합의를 원하고 있었다. 사실 내륙 대다수 사람도 오랫동안 하나의 공동체였다. 하지만 시나브로 마음의 장벽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결국, 지도자들은 시민들에게 갈라서기를 원했다. 한편, 섬사람들의 대다수 생각은 당시 내륙의 한 세력의 실정(失政) 때문에 그 세력의 주장을 반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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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기념일이 되어 섬사람들이 모였고, 행사가 끝나자 섬 사람들은 여러 불만을 토로하며 거리시위에 들어갔다. 이 시위행렬을 감시하던 경찰차에 아이가 부딪쳤지만, 경찰은 모르고 지나가버리고 만다. 분노한 섬사람들은 경찰을 비난하자 도망가 버렸다. 그러자 섬사람들이 도망가는 경찰에게 돌을 던졌다. 그러자 경찰서에서는 섬사람들이 경찰서를 습격하는 것으로 오인하고 섬사람들에게 발포하여 도망가던 섬사람들 몇 명이 희생되었다. 경찰은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막고자 정당방위인양 섬사람들을 설득하고 보고했다. 내륙에선 경찰을 더 보내서 경찰서를 습격하는 것을 막고자 했다. 그러나 이 모습은 섬사람들의 분노를 더 자극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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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 분노에 편승하여 다른 세력이 경찰의 만행을 규탄하는 운동을 주도했고, 섬사람들은 파업에 들어갔다. 그들은 발포사건에 대한 사고와 책임자 처벌, 유가족 지원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내륙에선 각 분열한 땅에서 핵심세력이 아닌 지도자들이 하나씩 소리 없이 사라져갔다. 정적(政敵)이 사라져가는 내륙에선 이 운동을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일으킨 사건으로 규정, 탄압하기로 한다. 그렇게 섬사람들을 체포하고 고문하자, 섬사람들의 분노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화산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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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주도했던 세력은 이를 기회로 여기고, 그들이 스스로 무장을 하고 경찰서를 습격했다. 하지만 내륙에서는 이 사건이 섬사람들이 현혹되어 곧 등장할 위대한 국가를 부정하고 있다는 훌륭한 선전물에 불과했다. 그렇게 내륙의 시민들에게 환영을 받으며 군인들이 섬으로 파견되었다. 그들의 목적은 단호했다.
“원인에는 흥미가 없다. 목적은 오직 진압뿐이다.”
그렇게 경찰과 군인이 합쳐진 토벌대들의 무차별적인 진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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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벌대는 어지러운 현 상황을 구별하기 위해 ‘섬의 해안선에 섬사람들을 한 달 안에 강제로 이주할 것과 만약 해안선에 있지 않은 시민은 모두 위대한 국가를 부정하는 세력으로 간주하겠다고 선포했다.’ 그렇게 한 달 뒤 그들은 선포한 대로 진행하기 시작했다. 마을 전체를 죽이는 것은 기본이었고, 잡아 와서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총살하고 가족들에게 만세를 부르게 한다거나, ‘자수 하면 살려준다.’라고 했으나 죽이기도 했다. 어느 마을에선 대상자가 없다는 이유로 그 가족을 끌고 가서 대신 죽였다. 어디에선 섬사람들을 풀어주고 도망가는 사람들을 쏘는 사살 연습을 하기도 했다. 이 학살에는 남녀노소는 없었다. 단지 아직 살아있는 자와, 곧 죽을 자뿐이었다. 문제는 정말 잡아야 할 위대한 국가를 부정하는 세력은 도망 다니면서 살기 위해 증언한 자들을 학살했다. 섬사람들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학살당한 섬사람들 중 대부분이 위대한 국가를 부정하는 자들을 토벌하고 섬사람들을 지키겠다던 위대한 군인에게 죽었고 마을의 1/3이 아예 불태웠으며, 남은 주민들 중 소수는 원래 해안에 살지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1년이 되어서야 토벌대는 완전히 소탕했다고 생각하고 학살을 중지했지만, 완전히 학살이 멈춘 것은 3년이 더 지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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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섬에는 더는 위대한 국가를 부정하는 자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섬은 내륙이 원하는 모습으로 깨끗이 청소되었다. 으레 건국하면, 국가의 기반을 흔들만한 행위는 제거되어왔다. 그렇게 본다면 그들 스스로 선택한 대가이자, 토붕와해를 막아낸 숭고한 희생이었다. 이 사건은 피해자는 누구고 가해자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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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한 이 가슴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 창을 여니 바다가 울고 있다. 울고 있는 저 바다는 숭고한 희생에 대한 장송곡인가? 아니면 무고하게 죽어 나간 희생자들의 울음인가? 나는 삶은 지슬 한 개를 곱씹으며 다시 생각해본다.

P.S 이 글은 서론: 섬에는 사람들이 살았다. 결론: 섬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를 조건으로 하는 A4 3장 제한 글쓰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