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의 바다 위 신기루 섬

Day 1,741, 00:42 Published in South Korea South Korea by Eliot Jang
“오해의 바다 위 신기루 섬 다케시마, 日이 실효지배하라”

24일 일본에 대한 청와대의 기류는 격앙 수준을 넘어섰다. 철저한 무시전략이다. 대화의 가능성을 닫아놓지는 않았지만,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의 도를 넘어선 망발에 대해서는 “대응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10월 총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흥행’을 위해 노다 총리가 도발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독도의 국제분쟁화 시도에 말려드지 않는 것도 중요한 데다 개인적 정치이해를 노린 노다 총리에게 좋은 일만 시켜줄 수는 없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청와대는 이날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불러 대책을 마련했다. 결론은 전체적으로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우선은 노다 총리가 24일 오후 6시 기자회견을 통해 독도 주장을 되풀이하려는 가운데 청와대는 대화 자체를 거둬들이는 모습이다.

일본과의 ‘한시적 대화 중단’은 정부가 일부러 꺼내든 카드가 아니다. 정부 관계자는 “이는 일본이 비이성적으로 나오는 만큼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생산적인 대화가 안 된다는 불가피성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참모는 “우리는 대화를 원한다. 우리가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일본이 대화를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논리다. 이 참모는 “보다 미래지향적 관계에서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응한다는 정부의 기조는 불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역시 “노다 내각에는 기대하기 힘들다”며 “이후 일본에 어느 정권이 들어설지 모르지만, 지금보다야 낫지 않겠느냐. 이때를 대비해서라도 차분히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의회가 일본 정부에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표현)의 지배 강화’를 포함한 효과적인 정책 추진을 촉구한 것과 관련, 정부는 별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청와대의 핵심 참모는 “독도는 동해바다에 떠 있는 대한민국령의 실제 섬이고, 다케시마는 오해의 바다에 떠 있는 신기루 같은 섬으로 일본이 다케시마를 갖고 어떻게 하든 우리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처럼 “독도는 분명 우리가 동해에 갖고 있는 섬인데 다케시마는 도대체 세계 어느 곳에 있는 섬이냐” “환상의 섬 다케시마는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으니 뭘 하든 신경 안 쓴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노린 노다 총리의 속셈에 대한 분석은 이미 끝나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일본 국내정치를 위한 정치흥행용 망언들” “언론들이 망언까지 대서특필해주니까 노다 총리가 더더욱 신이 나서 수위를 높이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청와대가 무시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는 배경들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장단을 맞춰 자꾸 대응할수록 노다 총리만 좋은 일을 시켜주는데 과연 우리가 대꾸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이 한국 국채 매입을 철회했다는 보도가 나와도 정부는 이제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에게 별 영향도 없는 일인데 긴장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평가했다. 통화스와프 협정 규모 축소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 입장은 마찬가지다.

김상협 기자 jupit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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